악당이 되어 버린 영웅: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해 꿈꾸는 것의 절망과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아남은 어둠의 기사.

다크 나이트는 영화 제목이 먼저 나오지 않은 채 시작해서 끝날 때 THE DARK KNIGHT라고 보여주면서 끝난다. 다크 나이트의 시작은 그래도 나름 밝은 대낮에서부터 시작해서인지 홍콩으로 가서 라우를 잡을 때까지 별로 어둡지 않은데, 어느새 정말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게 점점 어두워진다. 그 후로는 상영 내내 밤의 어두운 색조를 벗어나지 않고 더욱더 어두워지고 결국 절망에까지 이른다.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 비긴즈처럼 약간 철학적이거나 거창한 대사는 많지 않은 반면, 단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 든다. 모든 악인들을 모두 감옥에 잡아 넣어서 정의를 실현하고 배트맨이 더이상 필요 없는 도시를 만들자.
사실 이 점에 대해서 배트맨은 솔직하지 않다. 도시의 악인 청소는 정의 실현이라는 목적 외에도 더이상 배트맨이 없어도 될 때가 되면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으로서 레이첼과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개인적인 소망 때문이기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배트맨은 레이첼에 대한 사랑 때문에 레이첼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마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조커가 배트맨과 레이첼이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을 알아챈 것이다. 또한 배트맨은 레이첼을 구하러 간 장소에서 하비 덴트를 발견하게 되고, 레이첼의 죽음은 하비 덴트를 도시의 White Knight에서 투 페이스로 변모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비 덴트가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시민들, 경찰들이 배트맨을 비난하는 장면과 투 페이스가 저지른 범죄를 자신에게 뒤집어 씌우라고 배트맨이 말하는 장면을 보면 배트맨은 도대체 이런 썩은 도시에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나는 레이첼이 편지에 쓴 “배트맨이 필요하지 않는 세상을 절대로 올 수 없고, 레이첼은 브루스를 진정 사랑함에도 결코 브루스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브루스는 모를 지라도) 배트맨은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조커와의 싸움은 지겹도록 계속되는 실패의 연속이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절망의 끝을 보여준다. 그 절망의 끝에 배트맨은 사랑하는 레이첼과 도시의 희망인 하비 덴트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배트맨은 하비 덴트처럼 소리 지르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배트맨은 끝까지 이룰 수 없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자신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조커에게 지고 말았고,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배트맨은 아직 쓰러질 수가 없다. 자신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직 찾아야 하기 때문에, 또 꿈꾸는 것이 실현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꿈을 포기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영화와 동일한 부패와 죽음이 난무하는 이 절망의 세상에서 다크 나이트는 과연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인가, 아니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을 꿈꾸는 자의 절망을 보여주는 것인가?

PS. 아, 물론 히스 레저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을 압도하는.


2012.07.12
G+: http://goo.gl/Fjnph
, http://goo.gl/FV1uF, http://goo.gl/tM6UJ



명작이다. 덴트의 어그러진 정의감, 고든의 순수한 열정, 조커의 집요한 신념, 배트맨의 인간적인 고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장감의 연속.
2017.07.08재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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