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Showing posts from September, 2026

가족여행 | Sunshine on the Road (2026)

Image
무엇보다 어쩌면 신파로 눈물을 쥐어짜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점이 가장 높이 살 만 한 가족영화입니다. (음,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특별히 부족한 데도 없고 특별히 과장해서 감정을 폭발시키지도 않은 드라마입니다.) 우리 주위의 어느 가족에서도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갈등, 책임, 아쉬움을 잘 표현했다고 느꼈고, 이에는 무엇보다 서영희, 이휘향, 김정태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휘향 배우의 치매 노인 연기는 너무 과하지도 너무 작위적이지도 않은 명연기였다고 느꼈습니다. (남경읍 배우님께는 미안하지만 전체 흐름에 잘 스며들지는 않았어요.) 억지 신파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 주위 관계를 되돌아볼 여지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 시사회 전 무대인사에서 정종섭 감독은 본인의 첫 장편영화라서 서툰 점이 있더라도 이해해달라는 말을 했는데, (중간에 살짝 어색한 설정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괜찮게 잘 만든 것 같습니다. 2026.09.30 CGV (무코 시사회) Lbxd / 익무 / 무코 / 네영

왜 제목이 [가능한 사랑]일까? | Possible Love (2026)

Image
내 기억에 "사랑"이란 단어가 중요하게 사용되는 때는 두 가족이 상우의 별장으로 여행갈 때, 상우와 예지가 탄 차 안에서 상우와 예지의 대화에서였던 것 같다. 상우가 예지에게 "당신이 그들을 사랑하는 듯한 메소드 연기가 감탄스럽다"라고 반은 농담, 반은 칭찬을 할 때 예지는 강력하게 부인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해"라고 대답한다. (감독 이창동이 빙의된) 예지가 동의도 받지 않고 도촬을 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는 호석의 인터뷰를 따내려는 것들 모두 지극히 다큐 감독으로서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행동들, (미옥과 친구 먹고, 별장에 초대해서 음식과 풍경을 제공하는) 호의에는 정말로 "일종의 사랑"이 깃들어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웃기게도 오로지 촬영을 위한 아이디어로 떠올랐지만) 노조를 만들려는 예지와 미옥의 시도는 공장 노동자들과 의기투합이 잘 되어 노조 창립 모임까지 찍게 되는데 이때 뒤를 스쳐 지나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이들의 "한 마음"은 과연 "얼마 만큼의 사랑"일까? 한편 미옥은 스티브 잡스와 상우에게 선망을 가지고 있음을 은연 중에 내비친다. 그리고 조금씩 내비치는 미소들.. 이 둘의 관계는 해변에서 급변하는데, 미옥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상우에게서 "탐미적인 사랑"을 도발해내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상류층들이 혼자만 즐기는 해변을 자신도 체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둘 다 가능한 해석이다.) 해변에서 상우가 미옥의 행동에서 촉발된, 하지만 영화 내내 쌓아왔던 미묘한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할 때, 이 그릇된 욕망을 표출하는 상우를 피하는 미옥의 얼굴에 얼핏 헛웃음이 내비치는 것은 왜였을가? 이 둘은 마치 잡기놀이를 하는 듯 하다가 점차 심각한 분위기로 급변하는데, 이 상황에서 미옥은 무엇을 주저했다가 무엇을 깨...

이질적 이야기들의 불편한 동거 – 가능한 사랑 | Possible Love (2026)

Image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른 분들의 호평도 존중합니다.) 일단 영화는 큰 감동을 주거나 곱씹을 만한 통찰을 주거나 등골이 오싹한 자각을 주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내심 느끼는 어떤 불편함 — 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전혀 섞일 수 없는 계급이 만나서 일으키는 싸늘한 분위기는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에 공감하여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겠지요. 하지만 나는 이런 분위기 만으로는 2시간 44분의 긴 시간을 할애한 것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가능한 사랑>은 크게 두 가지의 프레임으로 장면들을 구현해 놓았습니다. 극중극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다큐 감독 예지(조여정 분)가 찍은 장면들이 가지처럼 나오고, 그리고 다큐를 찍어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된 줄기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이 피사체에 이렇게까지 개입하는 게 맞냐는 얘기부터 하자면, 이 주제는 엄청나게 오래된 떡밥 아닌가요? 이런 걸 불편하게 묘사한 장면들은 뭐 그러려니 할 정도입니다. 줄기는 우선 여러 해고 노동자와 호석(설경구 분)으로 대표되는 노동이 핍박받는 사회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부분이 있고, 또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호석을 만난 때부터 이어지는 미옥(전도연 분)의 인생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옥과 상우(조인성 분) 사이의 미묘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세 가지 줄기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곳에서 발생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해고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통을 다룬 부분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노동이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지는 시대"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 영화가 노동이 사라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겉핥기만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점은 예지가 찍고 있는 다큐가 결국에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미옥-호석 부부의 "인간극장"으로 나아가는 데서 드러납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암살자(들) | The Assassin(s) (2026)

Image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을 봤습니다. 긴장감이 넘치고 울림이 큽니다. 역사적 사건(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이자 영부인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큐 드라마스럽다거나, 또는 사회 정의의 메시지가 과잉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치밀한 탐사 스릴러의 면모가 모든 전개를 이끌어갑니다. 물론 이 스릴러에 손에 땀을 쥐게 되는 것은 실재했던 군부독재 시대(중앙정보부와 경호실의 폭압, 보도 지침과 기사 사전 검열)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죠. 영화는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스릴러를 펼치면서 동시에 그 참혹했던 억압의 시스템 안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인물들의 분투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합니다. (후반부 늘어지는 듯한 점과 마지막 웅변조의 마무리는 좀 어색했지만.) + 제목 <암살자(들)>은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 단독 범행이지만 실체적으로 단독 범행일 수가 없다는 상식적 의문의 표현인 듯. + <서울의 봄>과 비교될 만 하지만, 많이 다른 색깔과 템포를 보여줍니다. + 유해진, 박해일 등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유명한 배우들이 조연 혹은 카메오로 출연하여 영화의 숨고르기를 도와줍니다. 2026.09.17. 19:30 CGV (CGV 시사회) Lbxd / 익무 / 무코

패틴슨은 정말로 찌질한 연기를 잘 한다 – 더 드라마 | The Drama (2026)

Image
당신이 만약 곧 결혼식을 앞 둔 사람인데 방금 그동안 몰랐던 상대방의 과거를 알게 되었을 때 이 결혼식 준비를 계속할 수 있을까? 그것도 그 과거라는 것이 그동안 상대방에 대해 가졌던 인식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일이라면? 초반부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이런 주제로 넘어가는 과정과 대사들이 그야말로 절묘하다. 역시 각본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지. 영화는 과거에 "계획까진 세웠지만 실제 저지르지는 않은" 범죄로 인해 현재의 그 사람(이제 그런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심각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영화는 이제 이 문제를 좀더 비틀어 아이러니한 상황이 깊이있게 진행될 것만 같았다. 근데 그 뒤로 드러난 이 영화의 진면목은 지리멸렬한 것 같다. 로버트 패틴슨이 젠데이아의 과거를 알게 된 후 느낀 공포와 결혼할지에 대한 주저함, 그리고 미친 실수들의 연속이 다다. (예고편을 보면 이 영화의 내용을 거의 다 알 수 있다고 할 정도.)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일까? 초반부 달달한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자신이 품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는 걸 보여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 (개인적으로 느끼던 건데) 젠데이아는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표정 변화가 크지 않아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하다. + 로버트 패틴슨은 정말로 찌질한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연기를 한다! + 역시 어떤 비밀은 무덤으로 갈 때까지 입에 올리면 안된다! 2026.09.16 CGV Lbxd / 익무 / 무코 / 네영

한국판 [인턴]은 미국판 [인턴]에 비견될 만할까? | The Intern (2026)

Image
핵심 요약: - 2015년 미국영화 <인턴>을 보지 않은 사람은? 극장에서 <인턴>을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 2015년 <인턴>과 비슷한 줄거리라면 꺼려진다는 사람은? 극장에서 <인턴>을 안보셔도 됩니다. - 최민식의 연기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면? 당연히 극장으로 가야지요. (다만 엄청난 연기를 펼치진 않아요.) 2015년 <인턴> 원작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짊어진 2026년 <인턴>은 한국판 리메이크입니다. 즉 기본 캐릭터와 주 갈등구조가 거의 동일하게 재현된다는 거죠. (메인 포스터가 똑같아요.) 그래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인턴>으로서 색다른, 창의적인 맛은 많이 없습니다.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에 의해 지루함 없이 볼 만 합니다. 다음은 생각해볼 만한 것들.. <인턴> 원작은 지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화 문화가 평등하게 느껴집니다. 기본적으로 존대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한국판 <인턴>은 그럴 수가 없어요. 이것을 연출에서 잘 극복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영화가 한참 진행된 시점에서는 한소희 회사 대표와 최민식 인턴과의 관계가 뭔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친구로 발전한 것처럼 느껴진 반면, 한국판에서는 마치 아버지-딸 관계로 발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원작을 볼 때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한국판을 볼 때 눈물이 주루룩 흘렸어요. (결국 결정적 장면에선 어쩔 수 없이 한국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죠.) 또 현실의 한국 직장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10년이나 세월이 지난 문제도 있구요. 10년 전 원작도 동화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럴싸하다고 느꼈다면, 지금 2026년에서는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경영 능력이 없어 보이고, 또한 늙은 퇴직자가 인턴이든 알바든 회사에 들어가서 저렇게 잘 대우받는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한국에선 나이 좀 든 상급자를 배치해서 단...

미친 격투의 끝없는 연속 – 퓨리어스 | The Furious (2025)

Image
영화 <퓨리어스>는 주제고 줄거리고 다 필요없이 1시간 53분의 상영 시간의 거의 (체감상) 80%를 액션으로 꽉 채운 영화다. 아래 예고편이나 영화 클립을 한없이, 끝없이 지켜본다고 상상해 보라. 숨을 쉴 수 없는 긴장감이 목구멍을 막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합을 맞추는 격투 액션 영화들이 늘 그렇듯 첫 장면의 강렬함으로 시작한 뒤 그 뒤로는 거의 비슷한 액션들이 계속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퓨리어스>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그야말로 불을 뿜는 듯 미친 격투가 벌어진다. 더이상 앞날은 없다는 듯 장렬한 액션이 한없이 이어진다. (물론 완벽히 새로운 형태의 액션은 아니고 강도와 구도가 훨씬 쎄다.) 답답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고 싶은 이에겐 추천. (최종 장면은 살짝 김샜다.) <레이드: 첫번째 습격> 제작팀이 대거 참여했다고 한다. 감독은 원래 액션 감독으로 시작한 일본의 다니가키 켄지. 주연은 중국 액션 배우 사묘와 인도네시아의 조 타슬림. 공식 예고편(폭력적이니 시청 주의). 오피셜 클립 'Who Are You'. 액션 클립(폭력적이니 시청 주의). 마지막 대결은 이것보다 훨씬 세다. 2026.09.15. 19:30 CGV 용산 (익스트림무비 시사회) Lbxd / 익무 / 무코 / 네영 시사회 때 받은 경품들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 Can’t Cry with Your Face (2025)

Image
15세에 서로의 몸이 바뀐 두 남녀 친구가 15년 간 몸이 바뀐 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흔한 바디 체인지(영어로는 Body Swap) 영화입니다. 이런 소재의 영화로는 가장 먼저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정소민이 나왔던 <아빠는 딸>도 꽤 재밌게 본 코미디였어요. 이렇듯 바디 체인지 무비는 엉뚱한 코미디가 기본 테마로 장착되어 있죠. 기본 클리셰가 존재하고 그로 인한 코미디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익숙한 클리셰를 극복하고 새로운 면을 보여줄까요? 나는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뒤바뀐 후 발생하는 소동들을 전부 생략합니다. 즉 낯선 자기 몸에 대한 탐색 (<너의 이름은.>에서 잘 묘사되었죠), 갑자기 바뀐 행동들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 등등이 깊게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과 에피소드들이 나옵니다. 이 점이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서부터 아주 현실적으로 겪는 실생활이 그려지고 15년 간 남의 몸(게다가 다른 성별)으로 살아가는 사카히라, 미즈무라의 예상되는 삶이 펼쳐집니다. 그 와중에 눈물도 나오고 웃음도 나옵니다. (특히 가족 간의 관계 문제가 참 안타까웠어요.) 결론적으로 나는 재밌었습니다. (대신 진한 감동은 없어요.) 진지하면서도 예쁜 소품 같은 영화로 추천합니다. 두 배우, 특히 여자 몸을 하게 된 요시네 쿄코의 연기를 보는 맛에 즐거웠습니다. + 여담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고 애정이 깊어지는 스토리였다면 모두 다 쉽게 풀렸을텐데요. 물론 그러면 영화로 만들 거리도 없었겠지만요. + 초반부 쟤는 몸 속에 남자애가 있는 거야, 쟤는 사실 여자애야라고 짐작하느라 약간 쩔쩔 맸어요. (불필요하게 말이죠.) P.S. 근데, 사실 이 영화는 하나의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데.. 나는 몸과 분리된 '자아'라는 게 실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추론해...

쉽게 잊혀질 – 포가튼 아일랜드 | Forgotten Island (2026)

Image
이런 대환장 파티 류의 영화들은 특히나 고저장단의 리듬과 치고 빠지는 타이밍 관리를 잘해야 할텐데.. 이 영화의 감독은 강박증 환자인 마냥 희안하게 영화 시작하자마자 끝날 때까지 쉴 틈 없이 고음과 빠른 템포를 유지함으로써 관객들의 인내심을 시험합니다. 매 5분마다 튀어 나오는 만화풍의 깜짝 연출은 너무나 짜증나고, 주연, 조연, 최종 빌런 모두 똑같이 등장하고 징징대다가 사라지는 패턴의 연속처럼 보였어요. 주제는 더 엉망인데 내가 본 애니메이션 중 이렇게 비호감인 주인공은 처음 봤습니다. 조는 등장 때부터 남들은 다 모르는 미지의 섬(나칼리 섬)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데 결국 이 행동은 친구와의 우정에까지 악영향을 끼칩니다. 조는 영화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이 섬에 대한 자신의 애착 만을 고집하지 라이자와의 우정은 그저 말 뿐인 것 같아요. 심지어 가장 이성적인 라이자마저도 나이 들어서까지 왜 조와 친구로 지내는지 납득하기 어려웠고, 영화 내내 행동이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애초에 시작할 때 영화는 조와 라이자의 우정이 구축되는 빌드업을 제대로 했어야 했어요. 즉 나칼리 섬 얘기를 빼고 일상 생활에서 둘의 우정이 깊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배치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나칼리 섬에 대한 얘기만 주야장천해대니, 암만 우정이나 기억의 소중함을 떠들어대 봤자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2026.09.12 롯데시네마 (롯데시네마 시사회) Lbxd / 익무 / 무코

싱 어게인 | Power Ballad (2026)

Image
음악 문외한으로서 그저 느낀대로만 적을게요.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들은 <원스>는 아주 좋았고, <비긴 어게인>은 좋았고, 최근 <싱 스트리트>도 볼 만 했습니다. 그동안의 영화가 주된 배경이 아일랜드인 것으로 기억하는데(비긴 어게인 제외), 모두 약간은 거칠면서도 솔직한 노래들, 음악을 매개로 하지만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요. 이번엔 역시 주된 배경이 아일랜드지만, 본격적으로 LA로 나아가는 듯 합니다. 빌보드 차트도 나오고 유튜브 조회수가 굉장히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상업적으로 나갔다면, 노래나 가수들이 과잉일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노래들이 별로였어요. 마치 AI에게 맡겨 만들어진 듯한 기성품의 냄새가 많이 났어요. 그리고 두 가수들(배우들)도 이렇게 상업적 성공을 꿈꾸기에는 내 눈에는 그닥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특히 대니). 그 둘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현장 음이 모두 소거되어서 이건 뭐 뮤직비디오 같았어요. 이런 와중에 (나는 스토리를 릭과 대니 두 사람이 합심하여 성장하는 과정으로 예상했으나,) 결국 저작권 문제로 인한 갈등 구조를 주된 얘깃거리로 삼아 클라이맥스를 향해 갈 때, 그 뻔함에 관심이 확 줄어버렸습니다. 더구나 대니의 전세계적 성공이 너무나 간편하게 다뤄져 전혀 무게감을 못 느끼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릭의 분투로 릭과 대니가 한 노래를 전혀 다르게 불렀다는 것이 드러날 땐 살짝 공감이 되었다가, 마지막 장면에선 그저그런 시트콤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영화 중간에 <원스> 노래가 흘러나올 때가 가장 반가웠을만큼 내겐 별로였습니다. 2026.09.09 메가박스 Lbxd / 익무 / 무코

[담요를 입은 사람]을 보고 떠오르는 단상 | Blanket Wearer (2024)

Image
1. 박정미 씨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지구에서 돈 없이 일정 기간 살아내기 프로젝트다. 나는 솔직히 영국의 그 많은 쓰레기가 온전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넘쳐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확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분리 수거제에 의해 많은 음식물들이 가축 사료로 재활용되어서 저런 생활은 불가능할 것 같다. 자, 이제 감독은 프로젝트를 이행하려(혹은 생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써서 —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노동을 제공하고, 또 유럽 각지에 있는 공동체 조직에 참가하면서 — 돈 없이 사는 삶을 살아낸다. 나는 여기서 돈 없이 살아내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풍부한 환경과 사람들의 베품의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아프리카 굶주리는 나라에 있었거나 사회 규범이 엄격한 아시아 어느 나라였다면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불가능했을 것이다. 2. 어쨌든, 그는 — 나도 도시에서 자라 살았기 때문에 공감하는데 — 이 유럽 사람들처럼 자연과 교감하는 공동체 사람들이나 일하지 않고 느리게 즐기는 히피들의 삶에 크게 녹아들지 못한다. 여기서 영화는 다음 단계로 진화(발전이란 뜻이 아니다)하는데, 돈 없이 살기 위해 참여하기 시작한 사람들과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영성적인 고민의 심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단순히 구속받음 없이 자유롭게 살기 위해 시작한 여정이 나는 왜 계속 두려워하는가,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나에게 집이란 어디인가, 나는 정말로 자연과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게 된다. 3. 나는 어렴풋이 이 영화가 사회 시스템 비판, 생태주의로의 모색 등으로 나아가겠지 예상했는데, 감독은 그런 거창한 이상주의적 선언보다 더 내밀한 자신의 내면과 고민을 드러내 주어서 반가웠다. 누가 이런 분위기의 영화에서 "나는 자연과 교감할 수 없어"라고 솔직하게 말했던가 말이다. 또 한편으로 똥 싸러 가는 모습이나 다른 사람들은 무덤...

핵소 고지 | Hacksaw Ridge (2016)

Image
2차 대전에서 홀로 75명의 부상병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 이병(실제는 상병)의 분투와 헌신이 서사적으로 펼쳐집니다. ("A True Story"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관건은 총 잡는 것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한 인물이 어떻게 (그리고 왜) 전장에 뛰어들어 자신의 믿음을 지켜내고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게 되었는가를 관객에게 설득력있게 보여주냐일 겁니다. 전반부 전장 투입 전 사랑 이야기는 생동감이 넘치고 (10년 전 테레사 팔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후반부의 영웅담은 눈물이 납니다. (인간 생명이 개미보다 못하게 죽어나가는 처절한 장면들과 대비되어 더 감동적입니다) 앤드류 가필드, 휴고 위빙, 테레사 팔머 등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그리고 사실에 기초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멜 깁슨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가 주인공의 매우 신앙심 깊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제 도스의 삶이 그랬기도 하고 정말 50명(혹은 100여명)을 구한 과정은 기적적인 일이었습니다. 영화는 그 기적이 실제 일어났음을 우리에게 잘 보여줍니다. 나는 신앙인이 아닙니다. 다만 한 사람의 신념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어요. 다만 전쟁의 참상을 매우 잔인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은 멜 깁슨 감독의 취향을 타는 것 같기도 해요. (때론 액션 쇼 같아 보이는 몇 장면들까지..) 이를 견뎌내는 것은 또 다른 몫일 것입니다. + 2016년 작품으로서 10주년 재개봉임에도 영상미나 전개 속도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 영화 끝에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가 이어져 북받치는 감정을 매듭지어 줍니다. 2026.09.03 CGV Lbxd / 익무 / 무코 / 싱문 201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016년 핵소 고지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이 영화에 이런 농담은 어이없네요

인 더 그레이 | In the Grey (2026)

Image
역시나 하이스트 영화더군요.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들은 매번 이렇게 자막을 많이 활용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근데 즐길 준비가 된 관객에게도 너무 길고 잡다한 썰과 디테일한 자막이 약간의 불편함을 불러오는 것 같았어요. 제이크 질렌할, 헨리 카빌을 보는 맛은 찰지게 좋았고, 액션들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자로 잰 듯 오차 없는 장면들이 너무 지속되다 보니 이건 우리편 저쪽편 모두 짜고 치는 거 아냐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건 과할 수도 있지만, 레이첼 역이 주되게 심리적 밀당 연기를 잘 해야 하는데, 에이사 곤살레스에겐 미안하지만 이왕 등장한 로저먼드 파이크가 레이첼 역을 맡았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하이스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꽤 즐거울 경험일 것 같습니다. 2026.09.02 메가박스 Lbxd / 익무 / 무코 / 싱문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놀라운 발견 –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2020)

미친 격투의 끝없는 연속 – 퓨리어스 | The Furious (2025)

난해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 퍼플 스왈로우 | Purple Swallow (2025)

왜 제목이 [가능한 사랑]일까? | Possible Love (2026)

핵소 고지 | Hacksaw Ridg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