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스펙터클과 빈약한 감정이입 - 호빗: 다섯 군대 전투 (The 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 2014)
- 역시 우려했던 대로 뭔가 부족했다. 2시간 20여분 간 동안 스케일은 장엄하지만 갈수록 익숙해지고 그럼으로써 지루해졌다. 분명 장면 장면들은 다른 액션과 다른 위기의 연속인데 뭔가 아까 봤던 장면이 아닌가 하는 기시감이 드는 것이었다. 하물며 대사들을 들을 때도 기시감에 사로잡혔다면야.
- 딱 스마우그가 죽을 때까지만이었다. 스마우그가 허무하게 쓰러지고 나서 마을을 복구하는 장면에 들어서면서 뭔가 불안했다. 마치 "조금만 더 참으면 장관의 연속인 스펙터클로 끝까지 밀어붙일테니까 참고 기다려"라고 말하는 듯 느껴졌다.
- 그런데 [호빗] 시리즈 내내 아쉬운 부분은 스펙터클에서 더이상의 새로움과 장엄함이 안느껴진다는 거였다. 다시 말해 스퍽터클은 [반지의 제왕]에서 이미 체험한 것이다. [호빗]이 그것의 확대 복사판에 다름 아니라면 그저 놀이기구를 매번 다시 타고 싶은 욕구 외에는 남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것은 익숙함에 내포된 딱 그 정도만큼의 새로움에 다름 아니다. 아니 반대로 새로울 것 없는 것에 대한 습관적인 기대감일 뿐이다.
- 사실 스펙터클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내 생각에 문제는 [반지의 제왕]을 뛰어넘거나 적어도 그 "명예"를 지키려고 한 것이라면, [반지의 제왕]이 내세운 것과 다른 것을 보여주어야 했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 난 그것이 바로 영화 속 등장인물과 관객과의 정서적인 호응이라고 생각한다. 소린이 탐욕에서 깨어날 때 그럴만 하다는 감정이, 타우리엘이 눈물을 흘릴 때 그 사랑이 참 안타깝다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난쟁이 왕국의 명예가 대체 뭔지 모르겠고 빌보가 소린을 보고 "친구"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리즈를 통틀어 소린이 빌보에게 해준 게 뭐가 있던가?
- 내 눈에는 빨리 감기처럼 보이는 HFR이라는 게 신기함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영화라는 체험의 만족감을 높이지는 못한다. 물론 [호빗]의 전쟁 장면은 감상할 만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질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스펙터클 뿐 아니라 영화와 관객의 정서적인 교감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다.
- 그나마 빌보가 살이 있는 생명체처럼 보여 다행스러웠고, 레골라스의 묘기스러운 액션을 보는 맛이 좀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에서부터 이어진 대장정에 대한 작별 인사는 안하련다. 아니 솔직히 빌보 배긴스와 골룸이 그립기는 하겠다.
여담1. 톨킨 원작도 그렇겠지만(안읽어봤다), 이 시리즈는 오크족들을 무조건적인 악으로 설정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외모가 극도로 흉악한 게 곧 마음도 악으로 가득차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극한치이다. 반면 엘프족이나 난쟁이족, 호빗족 모두 정상인 또는 아름다운 존재로 보여진다. 이런 흑백-선악 이분법의 논리가 위험성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여담2. 근데 참 희한한 게 오크들은 생긴 건 크고 근육질인데 왜 낙엽처럼 쓰러지는가? 이건 뭐, 액션에 있어서도 깔 게 있다니. 트롤은 더 심하다. 화살 한 방에 픽픽 쓰러진다. 물론 [반지의 제왕] 때부터 오크들은 그래왔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사안이긴 하다.
2014.12.17. 19:10~21:34 CGV IMAX 3D H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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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impawards.com/2014/hobbit_the_battle_of_the_five_armies_ver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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