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스노우 (White Bird in a Blizzard, 2014)
- 에바 그린을 보러 갔다가 쉐일린 우들리를 보고 나왔다. 아, 물론 에바 그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자주 등장하기는 한다. 하지만 쉐일린 우들리의 표정과 몸을 쫒아가는 장면들이 많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빠지게 된다.
- 다이버전트에서 본 쉐일린 우들리는 좀 중성적인 이미지였다. 표정 변화도 적고 무덤덤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었다. 그런데 버진 스노우에서의 쉐일린 우들리는 태도부터가 발라당 까진 요즘 청소년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엄마에게 무관심한 사춘기 여자아이의 까칠한 태도.
- 그런데 누구를 유혹하는 어떤 장면에선 너무 많이 나가지 않았나 싶다. (노출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분위기가 마치 직업여성 같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성에 대한 관심이 극한치에 있는 소녀가 스스로 여성으로 변화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유혹한다고, 이해할만 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게 그 장면은 아주 노골적이었다. 이런, 그 뒤로는 쉐일린 우들리의 몸매만 보이는 게 아닌가. 그 늘씬한 몸매가 영화 전체를 삼켜버린 건 아니었나 싶다.
- 에바 그린 얘길 안할 수는 없는데. 전반부에서 히스테리에 사로잡힌 것 같던, 이제는 지나간 자신의 옛 청춘의 모습을 한 딸을 질투하던 엄마 역할을 한 에바 그린은 그 존재감 만으로도 별도의 스토리 같다. 그래서 결국 에바 그린과 쉐일린 우들리는 서로 따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주인공 같은 이질감이 있다.
- 이야기가 요즘 영화에 비해 느리게 전개되는 데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을 한 것 같고, 뻔히 보이는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쉽사리 비판하기 어려운 것은 이 영화가 단순한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라 한 소녀의 여성으로의 성장 과정에 얽힌 심리적 고민이 읽힐 여지가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렇게 이해를 해주기도 어려워서 안따까웠다. 사라진 엄마를 캣(쉐일린 우들리)가 이해해가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고 성적인 성장담으로도 별 얘기는 없다.
- 이 드라마 참 요상하다. 전반부엔 쉐일린 우들리를 통해 꽤 뜨거운한 감정을 자극한다. 그러다가 후반부로부터 결말로 나아가면서 그저 그런 미스터리 장르로 변해간다.
- 캣만 오로지 정상적으로 보이고 나머지 주변인물들은 주요 인물이든 조연이든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겐 캣만 정상적으로 보인다는 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전달하려고 하는 게 실상 없을 지도 모른다고 느낀 나머지 별다른 의미를 찾지 않기로 함.)
- 결론 : 엄마의 부재라는 사건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그를 통해 엄마를 이해해 간다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었으나. 단지 쉐일린 우들리의 매력 감상하기와 어설픈 미스터리 흉내내기의 짜집기에 그치고 만다.
- 여담 : 로라 카지스키의 [눈보라 속 하얀 새](White Bird in a Blizzard)라는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인데 한국에선 같은 이름의 영화 제목이 아닌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처녀설](處女雪)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2014.12.11. 19:10~20:41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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