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 (Hugo, 2011)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만의 첫 영화가 있을 것이다.

나에겐 그것이 나이 어릴 때 본 라스트 콘서트, 자니 벨린다(TV 영화), 레이더스였다. 그리고 최근엔 네버 포에버도 있고.
가끔씩 돌이켜 보면, TV에서 라스트 콘서트를 봤을 때 그 아름다운 음악과 절절한 사랑, 가슴 저미는 주인공의 죽음에 이르는 장면들이 아직도 내 감정에 남아있음을 느끼고, 레이더스를 극장에서 봤을 때의 마치 내가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인 마냥 가슴 쿵쾅거리는 흥분과 짜릿함이 아직도 내 몸에 새겨져 있음을 느낀다.

이렇듯 영화는 내 삶의 한 부분이었고,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도 얼마간은 영화가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거나 즐거움이라거나 삶의 의미 기타 등등 생활의 일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나처럼 손에 꼽아 두고 있는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영화’ 리스트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휴고의 스토리는 이렇다.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역사 내 커다란 시계탑을 혼자 관리하며 숨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휴고(아사 버터필드)는 아버지와 함께 행복했던 시절 같이 고치던 고장난 로봇인형을 혼자 힘으로 고치기 위해 장난감 가게의 기계 부품을 훔쳐야 한다. 또한 또한 역이 경비(사챠 바론 코헨)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시계탑 속에 숨어 살면서 먹을 것도 해결해야 하는 신세다. 부품을 훔치려던 것을 들키게 되면서 가게 주인 조르주(벤 킹슬리)와 손녀딸 이자벨(클로이 모레츠)와 만나게 되고, 애타게 찾던 로봇 인형의 마지막 열쇠를 가지고 있던 건 다름아닌 이자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휴고는 이런 초반부 스토리에서 차츰 조르주 할아버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로, 로봇인형의 기원과 조르주의 과거가 만나는 사건으로 전개되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시원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게 된다.

내게 휴고는 내 생애의 첫 영화가 떠올려지는 영화였다. 그것도 스토리만이 아닌 영상으로.

이 때까지 얼마되지 않지만 내가 본 3D 영화는 기술적인 면이 부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된다. 대표적인 아바타나 최근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허블 3D 등 내가 본 3D 영화는 평면으로 구현된 영상을 입체적인 사실감을 느끼게 만드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3D 영화는 전혀 현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즉 현실의 3차원과는 다른 부자연스러운 원근감을 두드러지게 함으로써 과잉스러운 생경함을 통해 영화적인 입체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다 보니 감성적이거나 환상적인 면 보다는 기술력이 얼마나 발전했나를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휴고의 3D는 전혀 다르다. 화면의 색감은 마치 부드러운 채색으로 터치한 동화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입체 미술을 보는 느낌을 준다.
상영 시간 내내 영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3D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고, 휴고를 보고 난 후 나는 내가 왜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완전히 같은 감정은 아니지만 휴고를 보면서 나는 레이더스를 봤을 때의 그 첫 만남에서 느꼈던 설레임을 휴고에서 또 한번 느꼈다.


영화사의 첫 영화들을 보면서 영화라는 것을 생각하다.

영화의 시작은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로부터다. 이들의 “열차의 도착”이라는 유명한 작품을 본 적이 있다. 또한 이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프랑스의 마술사였던 조르주 멜리어스가 만든 “달세계 여행”도 본 적이 있다. 열차의 도착과 달세계 여행으로 거칠게 표현하자면 영화는 그 시작부터 타큐멘터리적 가능성과 판타지적 가능성을 함께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휴고는 그 중 판타지에 집중한다.

휴고의 말미에 조르주는 외친다. 영화는 항상 해피 엔딩의 즐거움을 주고, 영화를 통해 우리는 마법을 맛볼 수 있다라고.
휴고가 그 자체로 조르주가 말한 영화의 판타지적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면서, 나는 마틴 스콜세지가 우리에게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 감독은 우리에게 달세계 여행을 처음 본 1890년대 사람들이 느꼈던 영화와 기본적으로 같은 느낌의 영화를 3D라는 21세기 새로운 옷을 입혀서 보고주고 싶어한 것 같다. 또는 새로운 형식인 3D는 영화가 가진 본연의 의미를 잃지 않아야 하고 그러한 모습의 3D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덧붙여)
휴고를 너무 몰입해서 봐서 그런지 별별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어쨌든 휴고는 ‘요즘 볼 영화가 없어’, ‘옛날에 봤던 영화 같은 감동은 요즘 영화에선 느끼기 힘들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새로운 형태의 감동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세상에! 백수십년 전의 영화를 극장에서 전혀 새로운 포맷으로 보게 될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201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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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다시 본 소감
2023.11.04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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