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다른 이를 등쳐먹고 사는 사기꾼과 출세욕에 사로잡힌 무능 형사, 이 둘 중에 누가 더 나쁜가? 아니 누가 더 자기자신에게 솔직한가?

스스로도 가짜를 진짜 삶인 것처럼 믿고 살만큼 뼛속까지 사기꾼이라는 게 끌려 사랑하게 된 커플 크리스찬 베일과 에이미 아담스.
밖에선 기세등등하지만 집에서의 모습은 찌질한 형사 브래들리 쿠퍼.
이 세 명이 함정수사라는 명목 하에 또다른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려 한다.
여기에 더해 "보면 볼수록 신기한" 크리스찬 베일의 아내 제니퍼 로렌스까지 더하면 영화는 가관이 된다.

IMDb에는 영화의 카테고리가 '범죄물/드라마'로 되어 있지만, 알갱이는 '코미디' 같다. 미국 본토 관객이라면 배 잡고 웃을만한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나도 보면서 갈수록 키득키득할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찬 베일은 엄청난 뱃살을 비롯한 체형 변화와 함께 특유의 메소드 연기로 기대하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에이미 아담스는 주인공들 중 그래도 가장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가장 망가져 있을 때조차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숨기지 않는다. 에이미 아담스는 은근히 이런 망가지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것 같은데, 보고 있노라면 아주 세속적이고 이기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다중의 매력이 한꺼번에 느껴지고 이로 인해 그에 대한 인간적인 끌림이 증폭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내게 가장 매력적인, 아니 가장 웃기는 '놈'은 브래들리 쿠퍼이다. 처음 등장할 때는 아주 정상적인 형사로서 다만 열정이 높은 정도의 모습이었다가 조금씩 조금씩, 말 그대로 시나브로 똘아이, 미친 놈, 다른 사람 안위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앞뒤 가리지 못하는 '멍청한' 형사로 변해간다. ㅋㅋㅋ

어찌보면 사기치고 같이 사기친 동업자를 또 사기치는 게 전부인 세상에서 등장인물 중 브래들리 쿠퍼가 가장 인간적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줄거리의 즐거움도 만만치 않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이러한 주인공들에게서 느껴지는 코미디와 헛웃음이다. 거기에다 조연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살아있고 잠시 등장하는 로버트 드 니로의 카리스마로 마지막 일격을 맞으면서, 마지막엔 정신이 몽롱하면서 황홀한 기분까지 느껴지는 감상이 되었다.

- 사족이지만 86회 미국 아카데미상(2014)에 다음과 같이 노미네이트되었다: 각본상(에릭 싱어, 데이비드 O. 러셀), 작품상, 남우주연상(크리스찬 베일), 여우주연상(에이미 아담스), 감독상(데이비드 O. 러셀), 남우조연상(브래들리 쿠퍼), 여우조연상(제니퍼 로렌스) 등

2014.02.25 CGV

IMDb: https://www.imdb.com/title/tt180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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