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아닌 무력함을 느끼게 해준 -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 2012)


- 이건 정말 구역질난다. 더 구역질나는 건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등장인물에 대해 친근감이 들고 이야기가 지루해진다는 느낌이 드는 나 자신이다.

- 이 영화를 꼭 봐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편안한 극장 안에서 위해(危害)를 직접 겪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간접 체험임을 이미 알고 보는데도 그 끔찍함은 견디기 힘들다. 인간 존재의 추악함을 직접 눈으로 봐야 깨달을 수 있을까? 학살자의 유유자적함이란 초강력 뽕을 맞아야 정신차릴 수 있는 건 아닐거다.

- 우리는 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인간 존재의 무력함과 세상의 구조적 추악함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바로 행동으로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럼 미학적 쾌감을 주는 것도 아닌 이 고발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해답은 영화가 제시하지 않는다. 그 해답은 이 영화를 선택한 우리에게 있다.

- 이 영화를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에 대해 일말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자기 위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세상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자기자신은 그래도 관심은 있었다라는 대응논리를 미리 짜기 위해 극장에 앉아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정성일 씨의 책에서 '일부' 영향받은 문구임을 고백한다.)

- 세상의 추악함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수많은 사람 뿐 아니라 우리도 그렇다. "우리 시대의 문제점은 악한 자들의 폭언과 폭행보다 착한자들의 무관심과 침묵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 마틴 루터 킹을 생각해 보라.

- 영화는 그 견디기 힘든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나에게는 무력한 존재다. 인간 종과 생(life)의 의미에 대해 회의가 들 수 밖에 없는 참담한 영화라고 말할 때 참담함은 세상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결국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는 회의만 남는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2014.11.25. 19:50~22:30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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