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2012) - 배신과 순정에 대해
[베를린]을 봤다. 시사회를 먼저 본 기자분들 그리고 다른 팬들이 말하듯이 한 마디로 정말 잘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에 올라선 류승완 영화에 대해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적어본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1. 좋은 액션의 향연 그리고 긴장감
하정우를 중심으로 펼치는 액션은 정말이지 찬탄을 자아낸다. 총격신도 있기는 하지만 정신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격투 액션은 역시 멋지게 연출되었다. 물론 액션 영화를 말할 때 제이슨 본 시리즈의 영향을 떠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영향을 인정하고라도 [베를린]의 격투 액션은 멋진 부분이 있다.
나로서는 [베를린] 감상의 최고의 최감은 긴장감, 스릴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 표종성과 련정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총알 세례를 받을 때, 손에 땀이 나면서 몸이 옴찔 하면서 스크린 쪽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하였다.
2. 멋졌던 배우들의 연기
배우들의 연기도 멋졌는데 특히 하정우의 찡그린 인상과 전지현의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한석규와 류승범의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 곽도원의 연기는 한석규에 비해 너무 좋아서 한석규가 좀 약해지는 아쉬운 느낌이있다.
3. 아쉬운 점들
이 영화는 그냥 즐길 수 있는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마치 한국의 제이슨 본 시리즈가 연상된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제이슨 본 시리즈와 유사한 점 뿐 아니라 다른 점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몇 가지 남았다.
우선, 악역인 동명수가 그 캐릭터상 더 악날한 연기를 펼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건들건들한 양아치 모습으로 표종성을 상대할 때는 큰 위협감이나 처절함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의 여파로 표종성이 련정희를 결국 놓치는 장면에서 결국 저 악날한 동명수에게 당할 생각에 치를 떠는 느낌은 우러나지 않았다.
또 하나 표종성과 정진수는 둘 다 권력으로부터 이용되다가 버림받는 처지에 놓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 좀더 들어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결국 주인공의 운명에 반하는 권력의 선택에 대해 나오기는 하지만, [부당거래]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치명적인 권력과 개인의 밀고 당기는 싸움은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베를린]은 액션 블록버스터이므로 [부당거래]와 같은 정도로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영화 중간 중간에 조금씩 넣어 주었더라면 더 표종성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감정이 와닿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래에 쓴 표종성과 련정희의 순정에 대해 좀더 자세히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4. 역시 결론은 끊지 못하는 사랑! 그리고 배신!
정진수는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동명수는 표종성을 배신하고, 표종성은 련정희를 배신한다. 그러다 결국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련정희를 함께 구하기 위한 결단을 망설인다.
아기 얘기를 듣고서야 결심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련정희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를 하지 않는다. 련정희는 그것을 다 끌어안고 결국 표종성을 떠나지 않는다. 련정희는 결국 모든 배신에 대한 대답일까?
마지막. 표종성은 련정희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나는 같이 도망치는 중 표종성의 상처에 붕대를 감으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둘이 대면할 때 말로 하는 사과보다는 몸으로 연기하는 사과가 있었으면 한다. 표종성이 련정희에게 키스라도 했더라면 덜 가슴 아팠을 것이다.
결국 블록버스터 [베를린]은 한편으로 “사람이니까 배신한다”라는 주제에 관한 영화이다. 또한 련정희를 통해 모든 배신에도 불구하고 순정을 바치는 것에 대한 영화이다.
2013.01.29 CGV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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