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아래 글엔 스포일러가 많이 나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만 읽으시길 권합니다.


1.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2011년 개봉했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후속편입니다.

역시 주인공은 유인원 시저입니다. 전편으로부터 십여년이 지난 후 인류는 괴멸 직전에까지 이르렀고, 유인원은 깊숙한 자연 속에서 나름대로의 문명을 이뤄 살아갑니다.

유인원과 인간 이 두 종족이 맞부딪혀 충돌과 갈등, 이해와 오해가 발생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된 테마입니다. 아시다시피 전편과 이번 영화 모두 1968년작 혹성탈출의 프리퀄입니다. 우리는 이 시리즈가 결국은 유인원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2.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 영화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그렇죠. 아마도 "어쩔 수밖에 없는 필연성에 대한 납득"일 겁니다. 제 생각에 이 프리퀄 시리즈는 나름대로 종말을 향한 단계를 잘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인간세계에서 탈출한 시저는 드디어 자신만의 공동체를 꾸리고 인간과 공존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그 희망이 깨어지고 두 종족 간에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예감합니다.

이렇게 보면 시저는 완벽한 문장으로 인간언어를 구사하지 않을 뿐이지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시저는 동료 유인원과도 다른 유형의 존재입니다. 코바나 그의 아들 등을 제외하고는 뭔가 아무 생각없이 시류에 따라 행동하는 뇌 없는 존재처럼 여겨집니다. 심지어 코바나 아들도 전형적인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저에 대응하는 인간 종족의 평화주의자는 말콤이 있습니다. 시저와 말콤은 나름대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코바의 광기어린 집착에 의해 이 노력은 실패하고 맙니다. 코바가 전편에서 인간에게 고문과도 같은 실험 대상이었다는 사실은 결론적으로 이 모든 흐름이 인간이 저지른 탐욕과 실수에 의해 벌어진 것임을 알게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 사실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코바라는 캐릭터가 원래 악한 존재인 것처럼 부풀려진 것 같습니다.

4.
그래서 영화 감상 후 남은 잔상은 유인원이 두 종족 간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기억됩니다.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여러 드라마나 로맨스 장르의 영화에는 아주 결정적인 스토리로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눈물이 나는 경험이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주로 "오해"가 주된 장치가 되지 않나요?

이 영화에는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감정적인 공감을 이루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에 얘기한 "어쩔 수밖에 없는 필연성에 대한 납득"을 기대한다면 너무 큰 기대였을까요?

5.
물론 이 시리즈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즐거움을 줍니다. 진짜 살아서 짓는 것 같은 시저의 표정만으로도 흥미롭고, 시저와 코바의 대결 장면도 좋았습니다.
위에 쓴 드라마틱한 감정 동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시저의 고충을 이해할 만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그건 다름아닌 고뇌하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다음 편의 스토리가 많이 기대되면서 끝나니 괜찮은 편인 거죠.

6.
다음은 시저의 명대사..
"유인원은 인간과 달리 유인원을 해치지 않는다고 믿었다."
"나는 유인원이 인간보다 낫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사실 유인원이라고 해서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늦게 깨달았다."
"내가 한 가장 큰 잘못은 코바를 그냥 두었다는 점일 것이다."


2014.07.10 CGV
전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감상문: https://whizzm.blogspot.com/2011/08/Rise-of-the-Planet-of-the-Apes.html
관련 Google+ 포스트: http://goo.gl/X53W7Z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놀라운 발견 –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2020)

미친 격투의 끝없는 연속 – 퓨리어스 | The Furious (2025)

난해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 퍼플 스왈로우 | Purple Swallow (2025)

왜 제목이 [가능한 사랑]일까? | Possible Love (2026)

핵소 고지 | Hacksaw Ridg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