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 놀라운 영상미, 세련된 SF호러이지만 기대에 못미친 스토리와 캐릭터


1. 프로메테우스는 아주 세련된 SF호러이자, HR 기거 영상미의 향연임.

2. 리들리 스코트의 걸작은 아닐 듯 하며, 기괴하면서도 놀라운 영상미를 최대한 즐기려면 IMAX가 좋을 듯.

3. 영상미에 쏟아 부은 열정을 스토리와 캐릭터를 다듬는 데 좀 더 썼다면 하는 아쉬움이 큼.

(아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이야기임)


4. 스토리에서 좀 걸리는 몇 가지를 얘기하자면, ①엔지니어들의 우주선 안에 대량살상무기인 제노모프들을 그렇게 널부러져 놓아도 되는지 모르겠음. 또 외계우주선의 과학기술은 동면에서 깨어난 엔지니어에게 제노모프의 위험에 대해 알려주는 기능도 없는가?

②초반부 지구 고대문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양들은 “초대장”이라고 했는데, 이 도입부가 영화의 스토리에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반대되는 얘기로 흘러감.

③첫 장면에서 엔지니어가 무언가를 마신 후 죽음에 이르는데, 설명이 부족함. 나의 상상으로 이건 그가 자살하려고 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제노모프들이 강물로 퍼져나가게 되어서 엔지니어들이 죽게 된 이유라서 생각되지만 영화 내에선 별다른 설명이 없음. 다른 글에서 보니까 지구에 와서 생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함. 그러면 제노모프는 왜 엔지니어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었을까?

④중간에 감염된 탐사요원이 미쳐 날뛰는데 황당함. 안 그래도 빈약한 스토리지만 SF에 갑자기 좀비가 날뛰는 영화가 삽입된 듯한 느낌이었음.

⑤깨어난 엔지니어가 무턱대고 방문객들을 공격하는 이유를 알 수 없음. 그 방법도 구석기 시대처럼 맨주먹 싸움을 해대고, 제노모프와의 싸움에선 무기 하나 없이 싸우다가 잡아먹힘. ㅋㅋ
그리고 엔지니어가 깨어나자마자 하는 일이라곤 상황 판단 없이 곧바로 지구로 향하도록 우주선을 조정하는 일. 이런 모습을 보곤 크게 실망.
엔지니어 하나가 쓰러졌는데 다른 외계 우주선에선 아무런 조치가 없고 그냥 데이빗이 접수함.
전체적으로 엔지니어 종족은 피조물인 지구인들보다도 더 대화 능력,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음.
혹시 엔지니어가 인간을 창조한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⑥데이빗이 찰리 할러웨이에게 한 짓(감염시킨 것)의 의도를 모르겠음. 과학 실험?

⑦굳이 피터 웨이랜드가 동승한 것을 숨길 이유가 있나.

⑧엔지니어가 지구를 향하는 이유가 새로운 창조를 하기 위한 파괴 때문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쇼는 도대체 왜 창조해 놓고선 무책임하게 파괴하려 하느냐고 따지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파괴의 이유가 불분명하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알지 못하면서도 믿을 수 있다며 십자가를 다시 목에 건다.


5. 극 중 안드로이드 데이빗과 찰리의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찰리: 왜 엔지니어가 인간을 창조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데이빗: 그럼 인간은 왜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나?
찰리: 그냥 만들 능력이 되니까 만든 것 뿐이다
데이빗: 만약 인간이 자신의 창조주에게 그런 답을 들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사실 엔지니어는 인간을 만들 때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방법과 같은 식으로 만들지 않았다. 엔지니어는 인간을 자신과 똑 같은 DNA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그럼 엔지니어는 창조주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동급인 피조물 또는 안드로이드의 처지일 지도 모른다.

혹시 이 모든 것이 속편을 염두에 둔 거대한 떡밥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은 커녕 인간보다도 지성미가 떨어지는 에일리언의 두 종류, 즉 엔지니어와 제노모프를 마주했을 뿐이고 여기서 무슨 철학적인 고찰이나 인간이 왜 그토록 자신의 기원을 찾고자 하는가 질문하는 스토리도 아니다.

6. 영화의 목적은 오로지 에일리언 1편에서 나왔던 거대한 구조물의 정체가 사실은 우주선이고, 또 1편에서 나왔던 스페이스 자키가 사실은 우주선 조정석에서 죽은 엔지니어의 모습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에 있다.

7. 결국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리틀리 스코트의 자신의 에얼리언 1편에 대한 오마주인 것이다. 그 오마주의 결정판은 맨 마지막 장면 등장한 제노모프의 입 안에서 튀어나오는 이너마우스(제2의 턱)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영상미는 대단하며, 나는 외계 탐사에서 경험하는 신세계와 기괴한 예술작품의 감상으로도 만족한다. (너무 비판만 해서 미안해요. 스코트 감독님.. ㅎㅎ)

8. 여담. 통상 기생충은 숙주를 살려두거나 서서히 죽게 하거나 정신을 조정하는 것으로 진화하리라 생각되는데, 제노모프의 경우는 숙주를 철저하게 파괴하기 때문에 기생충의 한 종류라기 보다는 엔지니어가 만든 대량살상무기인 것이 맞다고 본다.


2012.06.05 CGV 왕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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