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강철의 액션이란 이런 것 :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IMAX 3D


1. 액션만으로 충분하다
[맨 오브 스틸]의 핵심은 수퍼맨이라는 극강의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의 육박전을 그 닿을 수 있는 극한까지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현실감이 느껴지도록 하면서 말이죠.
IMAX 3D로 관람한 느낌으로는 비정상적인 액션의 최대치를 보여주면서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여지게 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쌈박질은 대박이었습니다. 사실 또 수퍼맨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건 그 무한대의 능력 외엔 없겠죠. 그런데 비유하자면 맨 오브 스틸은 매트릭스 2편에 시도했으나 조약한 애니메이션으로만 보여졌던 격투기 액션을 거의 완벽하게 실사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나.
게다가 헨리 카빌(클라크 켄트)이 짓는 표정과 몸짓은 굉장히 우아하면서도 박력있었기 때문에 액션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 어떻게 현실감을 살릴까
수퍼맨은 많은 수퍼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단조로운 특징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는 조엘의 말처럼 지구에서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게다가 태생에서부터 지구를 지키는 선한 이미지 때문에 배트맨이나 X맨들처럼 고민을 안고 살거나 사고를 치거나 하기 어렵습니다.

이로부터 수퍼맨 시리즈가 어쨌든간에 만화 이야기일 뿐이라고 여겨지는 한계가 생겨나는데, 우선 드라마틱한 갈등 요소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눈에서 불을 뿜고 진공 상태인 우주를 광속으로 날아다니는 존재가 우리 주위에 실제로 있다고 느껴지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에 참여한 [맨 오브 스틸]은 [배트맨] 시리즈가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재탄생한 것처럼 [수퍼맨]의 리부트입니다. 기본적인 골격은 리처드 도너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맨 오브 스틸에서 두드러지게 하려고 노력한 점은 갈등 요소를 배치하는 것과 바로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영화의 중반부까지 보여주는 이야기는 어린 클라크 켄트가 겪는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수동적인 모습, 한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하는 떠돌이 생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대한 고민들을 보여줍니다. 화면은 한없이 황량하며 마치 인간 실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화면이 입자가 거칠어서 마치 홈비디오로 찍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거기에 에이미 아담스의 얼굴에 낀 기미자국까지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더하고, 심하지는 않지만 화면이 자주 흔들리는 것까지 합쳐져서, 칼엘이 고민하는 얼굴을 내비치다가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오르는 순간까지 이음새가 실재로 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IMAX 3D로 관람한 느낌으로는 화면의 거침이 너무 심하다고 느껴저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클라크의 얼굴이 뭉개지기까지 합니다.)
최근에 IMAX 3D로 본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비교할 만하다고 생각되는데,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화면이 매우 깔끔하면서도 스케일이 매우 크다는 인상을 주면서 현실감을 가져왔다면, 맨 오브 스틸은 화면을 매우 거칠고 어지럽게 처리함으로써 현실감을 가져왔습니다.


3. 드라마적인 요소는 상당히 약해서..
양아버지 조나단 켄트가 클라크에게 해주는 충고가 "커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지구인의 친구가 되느냐, 아니면 그냥 숨어서 평범하게 사느냐를 선택해야 한다"인데요. 사실 저는 이런 설정에서 조금더 나아갔으면 했습니다.

물론 어릴 때 따돌림을 당하거나 싸움거리에 휘말리지 않으로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부분을 좀더 밀어붙이지 못하고 결국 지구인을 지키느냐 마느냐라는 전통적인 수퍼맨의 고민거리에 머물렀습니다.
저는 어릴 때 겪은 소외감, 타인과 다름에 대한 자각이 배트맨, X맨과는 또다른 "외로움"에 대한 드라마로까지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와의 로맨스도 중심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다보니 초반의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칼엘이 말했듯이 조드도 믿지 못하겠고 지구인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대사를 가지고 몇 가지 사연을 좀더 넣었더라면 했습니다.

칼엘은 조드의 말처럼 지구인과 외모만 비슷할 뿐이지 외계인입니다. 사실 칼엘이 지구로 오지 않았더라면 조드가 지구를 알 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칼엘이 지구에 온 것은 지구인을 지키기 위해서인 게 맞나요? 또 어떤 지구인이 자력이 아닌 구세주가 와서 자기를 구원해주길 바랄까요?

사실 조나단 켄트가 주는 가르침 중에는 칼엘의 능력을 알게 된 지구인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고 배척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온갖 빌딩과 인명을 파괴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칼엘에 대해 지구인들이 호의를 표하기 시작할 때, 그리고 칼엘이 스스로를 지구인을 보호해주는 미국 시민임을 선언할 때 결국 미국 제국주의의 논리가 깔린 구닥다리 스토리의 한계를 못벗어나는구나 한탄하게 되었습니다.

4.
이번 수퍼맨 시리즈의 리부트는 최강 액션으로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지만, 근본적으로 약한 이야기 구조를 극복하는 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조드(마이클 섀넌)의 카리스마는 표정에서부터 우러나오기는 하지만 최악의 악당 캐릭터는 아니어서 좀 밋밋했습니다.
에이미 아담스는 전통적인 로이스 레인의 예쁜 전문직 기자 역할에 덧붙여 강인한 모습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강인한 점에서는 칼엘도 조드도 아닌
피오라가 최고점이었던 것 같아요.
액션을 빼고 볼 때에는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가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2013.06.13 CGV 왕십리 IMAX / 2013.06.14 CGV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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