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보고 관계를 생각하다 – 옵세션 | Obsession (2025)


1.
일단 베어(마이클 존스턴)가 촉발시킨 핵심을 빼고 전체 진행 시간만 보면 이건 마치 니키(인디 네버레티)가 일으키는 스토킹 과정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미저리>(1990)의 애니 윌크스(캐시 베이츠)가 떠오르는 거죠.
하지만 <미저리>의 애니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스토킹을 저지르지만, 이 영화의 니키는 스스로의 의지가 결박당한 채 마치 "감염된 의식"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결정적 차이죠.

니키의 행동들을 보면서 나는 <트루먼 쇼>(1998)의 메릴 버뱅크(로라 리니)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삶을 트루먼의 아내를 연기하며 살아가는 메릴은 자신의 자발적 선택이었음에도 진정으로 트루먼을 사랑하지는 않았어요. 이때 심리적 고통은 얼마나 될까요? 결국 메릴은 거의 로봇처럼 변해갑니다.
(영화 설정상 트루먼과 잘 때마다 극중 제작진에게 엄청난 금전적 댓가를 받습니다. 트루먼과 한껏 대화하다가 갑자기 홈쇼핑 호스트 모드로 변화하는 로라 리니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니까 니키의 행동은 그보다 더 심각한 "강요된 스토킹"이에요. 죽음을 협박받아 남을 협박하는 것과 비슷할까요? (스톡홀롬 증후군과는 또 다르죠.)

나는 니키의 행동이 거의 로봇처럼 변해가고 "왜 나처럼 너는 날 사랑하지 않냐"며 괴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많이 쓰라렸습니다. 이렇게 타의에 의해 주입된 맹목적인, 무조건적인 집착은 (아무리 의식이 감염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할 겁니다.
가끔 찰나적인 진실의 모습들과 감염된 모습들을 함께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인디 네버레티의 압도적 연기력 덕분이었습니다.
(그의 웃는 표정을 보면 얼핏 무섭기도 하고 살짝 슬프기도 합니다. 눈 연기와 표정 연기를 달리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얼굴이 거의 드러나지 않으면서 눈빛만 비치는 연출은 너무 으스스했어요.)


2.
문제는 베어의 행동입니다. 이 소심남은 초반에 니키에게 용기를 내서 고백을 했어야 했어요. 근데 그걸 못하는 자신을 이른바 '소원'이라는 쉬운 도구에 던져버립니다. 이건 아예 "욕망이 베어의 자아 자체를 집어삼킨" 선택이에요.
재밌는 점은 소원이 이뤄진 후 베어는 니키의 행동을 반긴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니키가 이상해졌다는 걸 알았지만 설마 했겠고, 또 더 크게는 자신이 원하던 삶이 이건가 싶었겠죠. (나중에 반성하긴 합니다.)

베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니키를 짝사랑했었고, 이제 자신을 사랑하는 니키가 자기가 사랑했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니키가 아니어서 꺼려 합니다.
결론적으로 베어는 니키를 사랑한 게 아니라 니키를 소유하고 싶어 했고, 소원도 그렇게 빈 것입니다. (시놉시스에 나와 있는 문장이 "니키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입니다.) 이게 이 영화가 공포로 진행하게 된 핵심 원인이죠.
이렇게 소심하고 멍청하고 이기적 인간이 어디 해피 엔딩을 바랄 수나 있을까요? (마치 나를 비추는 듯..)

3.
쉴 만하면 갑자기 터지는 점프 스케어는 너무 힘들었지만(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안좋아해요),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스릴러에, 진정한 인간 관계란 무엇일까를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내내 니키의 집착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다 관람한 후 돌이켜보면 베어의 무책임한 '집착'이 불러온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사전을 보면, obsession은 강박 관념, 망상, 집착이란 뜻입니다.
+ 단순한 아이디어라 인디 나바레티의 연기력으로 쭉 밀고 가지만 끝에 흐지부지되겠지 싶었는데, 마지막 반전의 묘미가 괜찮아서, 끝 감정이 참 아쉽기도 하고(정말?), 씁쓸하기도 하면서 맛이 있었습니다.


2026.10.06 CGV
Lbxd / 익무 / 무코 / 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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