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도 회복 불가능해진 절망의 세계 –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 Pig That Survived Foot-and-Mouth Disease (2024)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매우 암울하며 때로는 공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관객에 따라서 괜찮게 본 분도 있겠지만 상영 내내 흐르는 분위기가 마음에 안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시놉시스에도 있지만, 구제역 살처분에서 살아남은 '돼지H'(영화상에선 이름이 언급되진 않음)가 오직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되고, 평생 폭력과 괴롭힘에 고통받던 청년 '정석'이 어쩌다 짐승이 되어버리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는 이 아이디어와 그로부터 전개되는 이야기가 괜찮게 느껴졌고, (적응이 된 이후에는) 전체를 감싸는 분위기도 즐길 만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좋았고, 그 아이디어를 이렇게 실현해낸 것에 감탄했습니다.)
돼지H가 변화 이후 하는 행동이 매우 독설적이고 자기중심적인데, 이건 점점 닮아가고 있는 인간성이 가진 지독한 아집과 모순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하지만 돼지H가 원래는 아무런 죄도 없이 살처분당하게 생겨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한 행동의 결과가 결국 엔딩처럼 되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석이 살 의미를 찾을까 싶은 장면들이 그나마 숨통을 틔여줍니다. (영화가 한도 끝도 없이 암울하게만 몰아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헌데 그 희망도 사실 어두운 색입니다.)
감히 말하자면, 영화의 메시지는 회복 불가능한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 및 자연 치유도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은유 같았습니다.
그 만듦새가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어떤 지점에 다다른 영화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 관람 후 나서는 길에 입 안에서 아주 독한 쓴 맛이 느껴졌습니다.
+ 정석이 겪는 군대 폭력이 마치 수십 년 전 에피소드처럼 느껴지는데 이건 요즘 시대와는 좀 안맞는 것 같았어요.
+ 상영 전 '한우진' 모션캡쳐 배우 님이 무대인사를 했습니다. "아마 앤디 서키스 이후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첫 배우가 자신이었을 것 같다"라면서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 언급한 점이 인상에 남아요.
+ 유작을 남기고 떠난 허범욱 감독께 "좋은 영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싶네요.
2026.10.16 인디스페이스
Lbxd / 익무 / 무코 / 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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